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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이슈 - 사건

"제 연봉 반이면서 본인이 퐁퐁남이라는 남친과 파혼했습니다"

by - 하루살이 - 2022.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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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갈등이 격해지며, '퐁퐁남'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는데요. 퐁퐁남이란 세제인 '퐁퐁'과 '남성'을 합친 용어로, 결혼 전 문란하게 놀던 여성이 능력있는 남성과 사랑 없는 결혼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온라인의 여성혐오 및 기혼남에 대한 공격을 담고 있는 용어죠.

한 여성이 결혼 준비 중인 남친에게 "자기는 좋겠다. 얼마 전 '퐁퐁남'이란 걸 인터넷에서 봤는데, 나랑 비슷하다"는 말을 듣고 분노해 이별을 선언했습니다.

34세 여성 A씨의 사연입니다.

A씨는 서울 토박이로 중, 고, 대학교를 모두 외국에서 마쳤습니다. 한국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5년 정도 하다가 다시 외국으로 나가 대학원을 마쳤습니다. 2년 전 한국에 돌아왔고, 귀국 3개월 만에 외국계 본사의 한국 지사에 재취업했습니다. 연봉은 6,000만 원 후반대입니다. 

A씨는 외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 재취업을 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기에 연애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1살 연하 남성의 열렬한 대쉬에 마음의 문을 열게 됐죠.

A씨는 남친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만남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당분간은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며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A씨는 유학을 하며, 부모님이 모아주신 결혼 자금과 자신의 돈을 모두 가지고 갔던 것. 

A씨는 남친에게 "나는 더 이상 부모님께 손 벌릴 염치도 없고, 지금은 커리어를 쌓아야 할 시기다. 가까운 미래에 결혼할 생각이 있다면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남친이 "괜찮다. 나도 아직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답해 만남을 계속하게 됐죠.

A씨의 남친은 만난 지 8개월 쯤 되자, 갑작스럽게 프로포즈를 해왔습니다. A씨가 당황해 "결혼 자금이 없다"고 했지만, 남친은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남친은 8,000만 원 정도를 모았고, 자신의 집에서 신혼집을 마련해주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미안한데 그럴 수는 없으니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A씨 남친은 "네가 내 연봉보다 2배 정도 많다. 이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똑같은 것"이라고 말해주었고, 결국 두 사람의 결혼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A씨 아버지는 사업을 했고, 어머니는 회계사였습니다. 두 분 모두 현재는 은퇴하시고 꼬마 상가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를 사용하는 상황. 노후 준비도 모두 돼 있는 넉넉한 형편입니다.

A씨 부모님은 딸의 결혼에 선뜻 5,000만 원을 자금으로 내어주기로 했습니다. A씨 역시 재취업한 지 얼마 안 됐지만, 2,000만 원 정도를 모아두었기에 총 7,000만 원의 결혼 자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A씨 남친은 지방 토박이로, 초, 중, 고, 대학교를 모두 해당 지역에서 나왔습니다. 연봉은 3,000만 원대 초반에 부모님께서는 그 지역의 유명 식당을 20년 넘게 운영 중입니다. 물론 노후 준비도 모두 되어 있었죠.

A씨는 "양가 부모님과 상견례도 하고, 결혼식장도 올해 10월에 잡아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며 "그런데 2주 전, 남친과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자기는 좋겠다'고 하더라"고 이별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A씨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남친은 "얼마 전 퐁퐁남이란 걸 인터넷에서 보게 됐는데, 나랑 비슷한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A씨는 퐁퐁남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분노에 빠졌죠. "너무 어이없어 지금 내가 과거에 문란하게 놀았으며 능력도 없는 여자인 거냐며 따졌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A씨 남친은 "너는 외국에서 오래 생활했으니 과거에 누굴 만났는지 어떻게 아냐"며 "나는 모아둔 돈이 8,000만 원이고, 부모님이 4억 원 정도의 집을 해주신다. 그런데 너는 7,000만 원에 결혼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 나는 퐁퐁남인 것 같다"고 응수했습니다.

A씨는 "순간 몸에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들면서 정이 확 떨어졌다"고 회상했습니다. A씨는 즉각 "차를 세우라"고 말했고, "난 애초에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결심한 이유는 네가 내 상황을 이해해줬기 때문이다. 네가 날 그만큼 좋아하고 아낀다 생각해왔다"고 차분히 이별을 선언했습니다.

A씨는 "너는 들어보지도 못한 내 과거를 지레짐작하고 있다. 결혼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나는 이 결혼 못한다"고 하곤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와버렸습니다.

A씨는 "저 유학하는 동안 절대 문란하게 생활하지 않았다. 공부 열심히 했고, 노력하며 살아왔다"며 "결혼한달 때 부모님이 축하해주시고 기뻐해주셨던 게 떠올라 눈물이 나더라"고 전했습니다.

A씨는 부모님께 파혼 의사를 밝혔고,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됐습니다. A씨의 전남친은 그날부터 하루에 수십 통씩 전화를 하고 집 앞을 찾아와 "내가 잘못했다. 실수로 그런 말을 했다"며 사과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더 이상 할 말 없다"며 완고한 입장입니다. 

A씨는 "이 일을 겪고 나니 다시 누구를 만나기도, 결혼을 꿈꾸기도 무서워졌다"며 "행여나 또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면 상대방이 저렇게 생각할까봐 무섭다"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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