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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인 이야기/드라마 - 영화

KBS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_ 시청률만 잘 나오면 다인가요?

by - 하루살이 -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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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만 하면 최소 시청률 30%를 보장하는 KBS 주말드라마. 최근 배우 지현우, 이세희 주연의 <신사와 아가씨>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배우 지현우는 이 드라마로 지난해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까지 수상했지요. 초반에는 이 배우가 중년에 아이 셋을 둔 아버지 역할을 한다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졌고, 실제로 연기톤이 좀 어색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저도 모르게 적응해서 계속 보게 되긴 하더군요. 암튼 요는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가 이제 방영 딱 6회가 남은 상황에서 어떻게 결말을 맺게 될지 궁금하면서도 욕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근 몇년간 봤던 드라마 중, 이만한 고구마를 선사한 드라마가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주인공 이영국(지현우 분)이 산 절벽에서 굴러 떨어져 다친 게 거의 4개월 전 얘깁니다. 그리고 기억상실증이 걸렸지요. 막장드라마에서 단골로 쓰이고 있는 소재가 바로 이 기억상실증인데요. 뭐 어차피 막장으로 가기로 했다면 기억상실증, 지겨워도 웃고 넘어가 줄 수 있다 이겁니다. 근데 이걸 가지고 무려 4개월을 끌다니, 이건 이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의 작가와 연출을 비롯해 거의 모든 제작진들과 배우들이 시청자들을 기만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걸 자꾸 우려내고 울궈먹다 보니 기억상실증이 단기, 부분 등으로 나뉘어 참 다양한 기억상실증이 등장합니다. 그러다보니 악녀 역할을 맡은 조사라(박하나 분)의 악행의 개연성은 그야말로 땅을 파고 들어가버려 찾을 수 없을 지경이지요. 모든 사실이 다 들통난 지난주 방송에서는 갑자기 참회하고 그저 울기만 하더군요. 그리고 아들 세종이의 친부가 그녀의 악행을 대신해주고 있는데 이 드라마를 계속 봐야되나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아직도 이런 구태의연하고 낡은 이야기를 온 가족이 시청하는 KBS 주말드라마에서 보게 되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기억상실증 하나로 몇 개월을 끌다보니 보는 시청자들은 지치다못해 이제 될대로 되라 식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일단 그러니까요. 이걸로 여러 등장 인물들을 엮고 이걸로 자극적으로 극을 진행하다보니, 정작 착해 빠진 주변 등장 인물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박단단(이세희 분)의 사촌인 강미림(김이경 분)과 봉준오(양병열 분)의 러브스토리는 대체 왜 나오나 싶을 정도로 겉돌고 있는 실정이구요. 박단단의 가족 혹은 이영국의 가족은 모이면 이 둘의 기억상실에 관련된 대사만 줄기차게 외워댈 뿐, 이들 가족만의 특징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럴 거면 불필요한 등장인물들은 확 줄여버리고 박단단과 이영국 그리고 조사라의 삼각관계에만 집중하는 게 어떨지 싶은데, 이것도 뭐 질질 끌다가 이제 슬쓸 결말을 향해 달려가니 제가 백날 욕해봤자겠네요. 뭐 드라마야 기본적으로 해피엔딩일테니, 두 주인공이 극적으로 맺어지긴 하겠지만, 영 개운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시점에서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이영국이나 박단단이 아닌 조사라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죠. 얄밉긴 했고,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로 주변에 민폐를 끼친 캐릭터이긴 했지만, 설득력이 있는 과거가 있고, 그 사연을 알고 나면 왜 그녀가 악행을 하게 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니까요. 게다가 배우 박하나는 일일드라마에서 갈고 닦은 막장 실력을 이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서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오히려 조사라에게 당하고만 사는 이영국과 박단단을 욕하게 되지요. 어쩌겠습니까, 배우 지현우와 이세희도 대본에 써진대로 연기를 할 테고, 연기하면서 답답하더래도 연출가의 지시대로 캐릭터를 살려내야 하니까요.

앞으로 단 6회가 남은 KBS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지난 3월 13일 일요일 시청률은 38.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더군요. 근데 사실 이 시청률은 이 드라마가 정말 재밌어서 나온 시청률은 아니라는 거,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그 시간대에 딱히 볼 드라마는 없고, 그렇다고 넷플릭스나 기타 OTT 서비스에 돈 들이자니 아까운 사람들은 대부분 이 드라마를 의무적으로 켜놓을 테니까요. 항간에서는 <오징어 게임>이나 <소년 심판>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을 보면서 개탄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왜 지상파 혹은 종편에서는 이런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는가 하고 말이죠. 무분별한 PPL은 기본이고, 여러 입김이 들어가 산으로 가는 스토리, 이제는 하다하다 온 가족들이 모여 보는 주말드라마에도 기억상실증을 주요 소재로 한 막장이 난무하는데 반성을 한다 한들, 이게 하루 아침에 고쳐질 일은 아닐 겁니다.

막장으로 개판 5분전 된 스토리를 단 6회만에 교통정리는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최대한 다듬고 고치고 깎아낼 건 깎아내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KBS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입니다. 진짜 오랫동안 KBS 주말드라마 시청을 고수해 온 저로서는 이 드라마처럼 처참하고 답답한 전개를 처음 본지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네요. 정말정말 재밌게 봤던 전작 <한번 다녀왔습니다>가 생각나네요. 이 드라마 수준까지 끌어올리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이만하면 됐다 싶을 정도로만 잘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그래도 오랫동안 코로나를 피해가며 촬영을 이어온 건 정말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니었을 텐데, 이 노력이 헛되지 않는 결말, 꼭 만들어서 시원한 사이다를 저를 비롯한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안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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